- 기림 올해를 지낸 소회를 말하려면 기본적으로 올해가 끝났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만 그럴 수도 있는데 뭔가 노래가 끝난 느낌이 아니고 심지어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도 들어요. (일동 공감의 박수) 11월에서 12월이나 12월에서 1월이나 약간 그런 느낌이 조금 특별함이 약간 사라진 것 같아서 올해 약간 그게 좀 아쉬워요
- 소아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은 우리가 시무시 종무식이 없어서 그럴까요?
- 기림 근데 또 그게 있으면 또 되게 하기 싫어요. 막 다이어리 주고 내년 계획 말하라고 하고.... 되게 싫어요. 뭔가 또 거창한 것을 말해야 할 것 같잖아요. 제가 작년까지만 해도 기관에서 정해진 미션과 업무들을 했는데, 모두의 마음에 들면서도 전에 없는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서 말해야 되는 그게 엄청 괴로웠어요. 올해는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서 좋기는 하지만 또 이렇게 약간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양가 감정이 드네요
- 수아 뭔지 알아요.
- 기림 그러면서도 뭔가 이렇게 마무리 짓고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끝나는 거 없이 바로 또 새해니까. 새해가 새해 같지 않고 바로 일 시작이야 이런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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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올해 동행에서 이제 일을 해보신 소감은?>
- 기림 올해 동행에서 일을 해본 소감 진짜 풍부했다고 해야 되나. 정말 이 샐러드처럼 신맛 짠맛 매운맛 힙하고 그래서 어엄청 다채로운! 단맛도 보고 신맛도 보고
(이때 세 번째 요리 등장)
- 쉐프님 네 오늘 준비한 생선 요리는 부야베스입니다. 생선은 대구입니다. 해산물 육수에 여러 가지 향신료 넣고 만든 소스이고요. 국물 요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국물과 함께 떠서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위에 올라간 야채 중에 특징적인 것은 한련과 래디쉬, 그리고 (... 이 부분 못알아 들음)의 세 가지 채소입니다. 신맛과 매운 맛과 그리고 알싸한 맛이 같이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각각 드시면 좋겠습니다.
- 일동 감사합니다.
- 소아 (먹어보고) 오! 이 이파리들의 맛이 다 달라요
- 기림 이런 느낌이에요! 동행해서 일했다는 것은! 아까 그 샐러드랑 이 요리. 신맛 매운맛 단맛 양파 도 먹고. 또 우리들(기림, 수아, 수연)의 공통점은 아마 다 작년 이맘 때쯤 동행에 와서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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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수아님은 어떠셨어요?
- 수아: 처음에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 내려오자마자 소아 님이 한 이틀인가 3일 만에 전화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 가지고 ‘아니 어떻게 나를 팔로우를 하셨지?’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제 친한 친구(문정호 후원회원)가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갑자기 뜻하지 않게 동행해서 일을 하게 됐어요. 저는 일하면서 무엇을 느꼈냐면...
- 제가 원래 법을 공부를 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거든요. ‘처음에 내가 왜 법을 공부하려고 했었지?’ 그런 옛 생각이 많이 나서 좋았어요. 저는 원래 로스쿨을 늦은 나이에 왔는데 그전에는 인권단체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 때는 많은 피해자들을 돕고 하긴 했었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법을 좀 공부해가지고 그분들을 옆에서 실질적으로 돕고 하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됐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국선 전담 변호사는 한 6개월 정도 하긴 했지만 그건 다 법원에서 정해주는 사건을 맡는 것이고, 제가 맡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건이나 당사자들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거든요. 그런데 동행에 와서 정확하게 내가 변호사가 되면 진짜 하고 싶었던 사건들을 경험한거에요. 내가 맡고 싶었던 사건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마 제 생각에는 변호사 되고 나서 동행에서 맡은 사건들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싶어서 그때 그렇게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라는 기억이 나면서 기분이 좀 이상해지면서도, 옛날 생각 많이 하고, 다시 초심도 다지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동행에서의 경험은 그랬던 것 같아요.
- 소아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올해 제게는 동행의 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였어요. 특히나 (올초에) 제가 다시 혼자 일을 하게 되었잔하요. 그때는 잠시 ‘동행을 접어야 되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다시 혼자가 와서 새로운 사람을 다시 교육 시키고 그 사람이 또 가고 그러면 저 자신은 너무나 지치고, 그것이 동행에게는 지속가능할지 모르지만 이소아에게는 지속가능하지 않잖아요. 그러던 중에 이렇게 여러분이 사방에서 인연이 닿아서 기꺼이 손을 보태주셔서 동행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어요. 사실 올해 저는 내내 그냥 널브러져 있었죠. 그게 재충전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모든 일들이 계획한 대로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계획한 대로 안 되면 다른 무언가로 어떻게든 된다.... 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계획을 인연이 닿는 대로 해볼 수 있겠다, 동행 10년도 어떻게 되어가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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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저는 이 동행 마스코트 있잖아요. 그게 너무 따뜻하고 귀엽고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그게 눈에 제일 먼저 띄었거든요. 혼자 있을 때 그냥 이렇게 한번 보면은 또 이런 어떤 뉘앙스가 있어요. 혹시 그 색감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 뜻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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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일단은 보라색하고 조금 알록달록하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여러 사람이 여러 사람이 통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초록색도 보라색처럼 섞여 있는 색이잖아요. 통합된다, 섞인다 그런 느낌 주고 싶었어요. 그림은 신주욱 작가님을 섭외했던 이유가 뭐냐면 여러 가지 알록달록한 색감을 쓰시는 작가님을 일부러 섭외를 했어요.
- 기림 : 와펜으로도 만들었잖아요. 그 와펜을 제가 되게 잘 활용하고 있어요. 이제 인권 강의 다닐 때 눈도 있고, 있잖아요. 잘 보고 잘 듣고. 그렇게도 활용하고 있어요. (동행) 조끼가 있어서 굉장히 든든한 한 해였어요. 올 한 해 최고의 유니폼이었습니다. 나는 심지어 그 조끼가 없으면 외출을 못 할 것 같아요. 진짜 왜냐면 거기 모든 게 다 들어있어요. 여기에 usb 3개 여기 otp 2개 여기 도장 볼펜
<작년 이 맘 때 나는?>
- 기림 그때 야간알바로 점자 선거공보 작업하면서 그냥 엄청 제가 단순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12월 30일 날 C 아저씨가 (염전에서) 나오고 임시 숙소에 모셔다 놓고는 밤에 그냥 쿵짝쿵짝하면서 계속 점자만 이렇게 계속 들여다 보는 거죠. 제가 시각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빨리 못 읽어서 엄청 집중이 돼 있거든요. 계속 이걸 보고 있으면 진짜 다른 생각 안 나요. 아무 생각이 안 나 마음이 엄청 가벼워져요. 그보다 더 전 11월 말까지는 안좋았어요. (염전 장애인 착취 피해자)사례 지원을 하는데 그때 까지만 해도 염전에서 결국 한 명도 구조를 못했어요. 그래서 마음을 접었던 단계였어요. 실망도 많이 하고 애를 썼는데 뭐가 안 되는구나 하고서 접었을 때였었죠.
- 소아 그때 직전에는 당사자분들이 염전에서 안 나오시고 그래가지고 (엄청 속상하고 힘들 때였어요)... 게다가 C 아저씨가 12월 30일에 막 나오시고 나서 한동안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매우 많았거든요.
- 기림 있을 곳이 없어어서, (처음에는) 막 있을 곳을 찾아 다니고 그래야 했어요. 진짜 딱 1년이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1년 잘 갔다.
- 소아 (당사자분들 최근에 목소리 듣고 사진도 보는데) 정말 많이.... 뭔가가 변했구나 이런 느낌 들어요(C님은 이후 몇 개월 만에 임대주택이 당첨되셔서 지역 사회에서 자립하여 살고 계신다)
- 기림 진짜 C님 처음 (염전에서) 나왔을 때는 내가 모시고 다녀야 되나... 싶을 정도로 (막막했는데). 당시 처음에 한동안 낮에는 제가 모시고 있고 밤에는 전남옹호기관에서 돌아가면서 이런 식으로 거의 24시간 풀타임으로 지원을 했거든요. 근데 그때는 또 놀라운 게 에너지가 있어서, ‘내가 이거 살려야 한다 살릴 수 있다’ 이런 뽕에 차 있어서 힘든 줄을 몰랐던 것 같아요.
- 소아 :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다시 똑같은 파이팅이 생길 것 같아요?
- 기림 : 아닐 것 같아요. 아닐 것 같아. 제게는 제 나름의 계획이 있었어요. 첫째 시범을 보인다. 둘째 기록을 남긴다, 셋째 전파한다. 시범을 보이는 단계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기록을 남기고 전파하는 어떤 것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동력이 많이 상실됐어요. 힘이 많이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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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맘 때 나는?>
- 수연 내년 이맘때 뭐 하고 있을 건지 모르겠어요. 계획이 없이 사는 것도 제법 괜찮을 것 같아요. (올해)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랐을 때 이제 도움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되게 저한테 성장의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고 내년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어요.
- 수아 : 저는 일단 동행에 와서 어떻게 전자 소송을 하는지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동행 있으면서 새로운 것도 배웠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걸 다시 생각나는 것도 있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이제 제가 왜 법을 공부하려고 했었는지 그것도 생각난다면, 옛날에는 진짜 이렇게 일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면서 겁 없이 막 이렇게 막 어디 가고 막 누구랑 논쟁하고 막 싸우고 이런 것도 너무 아무렇지 않았는데, (여러 해 동안) 안 하다 보니까 이게 잊어먹고 있었던 거예요. 야성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행에서 일하면서 약간의 그 야성을 살짝 찾은 것 같아요. 사람이 칼이 있긴 있어야 되거든요. 소아 님이 가끔씩 야성에 불타고 있을 때 나도 옛날에 저랬는데 나도 저 야성을 되살려야 되겠다.
- 또 기억나는 것이 있어요. 라이베리아에서 온 8세 아동의 체류자격부여를 위해서 출입국 앞 까페에서 만날 때요. 저도 옛날에 이제 시민단체에서 일을 할 때는 당사자들이 (해결하려는 문제 말고) 지금 어떤 상태에 있고 이런 것을 같이 보면서 가는 게 맞고, 그런 방식으로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단체를 떠나서 소위 말하는 공공기관에서 오랫동안 한 7~8년을 일을 했잖아요. 거기는 목표를 세우면 일단은 그거를 달성하는 부분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까 그래서 원래 그 같은 경우도 우리의 (법적 지원) 목표는 아이가 18살 되기 전까지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였어요.
- 그래서 저는 그때(그 까페에서) 거기에 집중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 엄마가 아이 방과 후 교실이 어렵고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서 저는 흘러들었거든요. 왜냐하면 그거는 내가 지금 출입국사무소에 와서 법률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주된 문제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그냥 저는 흘려듣는 거여서 그냥 어려움이 있구나 했는데, 갑자기 소아 님이 면담을 다 끝나고 나자 수첩을 꺼내신 다음에 “자! 이제 아까 말했던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자세하게 말씀을 하시죠”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거기 담당 선생님이 누군지 이런 거 다 따져가지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느꼈던 게 사람이라는 게 참 망각의 동물이어서 내가 그렇게 가슴에 새겨야지 했던 것을 시간 지나다 보면 잊어버리거든요. 그런데 동행 일하면서 ‘아, 맞다. 일을 할 때 있어서 그것만 보는 게 아니라 항상 그 주변도 같이 보고 그 사람이 겪고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보고 그랬어야지’ 내가 그걸 잊어먹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 드니까 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지금도 좀 약간 일을 할 때 있어서 일만 보지 말고 사람을 같이 봐야 되겠구나라는 부분을 다시 되새겨주는 거여서, 지금도 소아 님이 그때 수첩 꺼내면서 이제 그러면 방과 후에 왜 못 가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도 참 성격이 급하지만 소아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처음 봤다. (일동 박장대소)
--> 기록은 여기까지 적었고 저희는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건배를 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이제 새롭게 꿈을 품어보고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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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촬영(촛점이 안맞음을 양해 부탁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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